미분류/형편없는 자서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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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혼잡한 인파 속을 헤집으며 정신없이 나아가다 보니, 어느샌가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드러선다. 꽤나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담벼락의 사이로 한 가닥의 풀이 자라나 있다. 좁은 틈의 사이를 비집고 나온 듯한 형상을 한 그 풀은 틈새 사이에 모여 있는 약간의 흙모래를 버팀목으로써 지탱하며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보여진다. 안간힘을 쓰는 그 모습이 마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대비되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일으킨다. 사실, 씁쓸한 마음을 먹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그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적당히 최..
2020.07.13 -
비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한 이 비는 초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는 해주지만, 오히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리는 탓에 촉촉히 적셔준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오히려 땅을 적시지 못하고 대량으로 흘러내려가는 빗물들은 사방에 고여 크고작은 물웅덩이를 형성한다. 사람들이 모여 여러 그룹들을 형성하듯 끼리끼리 모인 빗물들은 길거리에 자리를 잡아 내가 직접 피해가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데, 마치 좁은 인도를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그룹이 마주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지나갈 공간조차 주지도 않고 자신들의 대화에만 열중한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매번 혼자인 내가 더 힘들게 비켜주었던 생각에 잠시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매번 약간의 손해?를 감수키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본다. 자동차의 윈도우..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