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잡초

2020. 7. 13. 18:29미분류/형편없는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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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혼잡한 인파 속을 헤집으며 정신없이 나아가다 보니, 어느샌가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드러선다. 꽤나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담벼락의 사이로 한 가닥의 풀이 자라나 있다. 좁은 틈의 사이를 비집고 나온 듯한 형상을 한 그 풀은 틈새 사이에 모여 있는 약간의 흙모래를 버팀목으로써 지탱하며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보여진다. 안간힘을 쓰는 그 모습이 마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대비되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일으킨다.


 사실, 씁쓸한 마음을 먹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그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어진 일을 적당히 최소한으로 마무리한다. 별로 열심히 한다거나 열정적이도 못하며, 그저 시간을 때우기에 바쁘고, 대충대충 땜빵을 메꾸면 된다고 여긴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으며, 거기에 크게 대비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지금을 편하게 지내기 위한, 최선의 지금을 살아가기 위한 태도가 아닐까 여기기도 한다. 마음의 한 켠의 구석에서는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품어보기도 한다.


 멈춰선 발걸음을 다시 재촉하기 전, 다시 한 번 그 풀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역경을 견디더라도, 내일 아침 집주인이 나와 그 풀을 뽑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끝에는 어떠한 보상이 주어져 있는가. 아니면 이러한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망상의 끝에는 본성이 찾아온다. 아무렴 어떨까? 오늘도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이 길을 다시 재촉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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