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0. 13:58미분류/형편없는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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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한 이 비는 초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는 해주지만, 오히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리는 탓에 촉촉히 적셔준다는 느낌은 부족하다. 오히려 땅을 적시지 못하고 대량으로 흘러내려가는 빗물들은 사방에 고여 크고작은 물웅덩이를 형성한다. 사람들이 모여 여러 그룹들을 형성하듯 끼리끼리 모인 빗물들은 길거리에 자리를 잡아 내가 직접 피해가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데, 마치 좁은 인도를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그룹이 마주쳐 지나가는 이들에게 지나갈 공간조차 주지도 않고 자신들의 대화에만 열중한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매번 혼자인 내가 더 힘들게 비켜주었던 생각에 잠시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매번 약간의 손해?를 감수키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겨본다.


 자동차의 윈도우 브러쉬가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그것은 흡사 나의, 많은 이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대듯, 햄스터의 끝없는 쳇바퀴를 연상시키게 하는 브러쉬의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흐릿하다. 주변의 차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튀기는 물세례는 더욱더 시야를 흐리게 하는데, 좀처럼 도움이 되질 않는, 오히려 방해만 하는 주변의 녀석들을 떠올리게 한다. 애초에 그런 방해조차 할 녀석이 없는 것은 함정일 수도 있겠다.


 좀처럼 그칠 기세가 없는 폭우로 인해 젖은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젖은 것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따뜻하게 몸을 말리며 소박한 아늑함을 느낄 것인가. 마음가짐의 방향조차 잡지 못한 나의 영혼은 아직도 빗속을 헤메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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