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

초속 5센티미터

2017. 3. 21. 19:07라이트노벨 줄거리/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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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 작가 : 신카이 마코토

 ▷ 번역 : 김혜리

 ▷ 장르 : 일상, 청춘, 로맨스

 ▷ 내용 : 내적으로 방황하던 소년 타카키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소녀 아카리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찾아가는 이야기

 

 

 

 

 

 

 ▷ 토노 타카키

 

 - 아버지의 직장 문제 때문에 여러 곳을 이사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작중의 주인공.

 

 

 ▷ 시노하라 아카리

 

 -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도쿄에서 만난 타카키의 소꿉친구.

 

 

 ▷ 스미다 카나에

 

 -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다네가시마로 전학 간 타카키의 동급생.

 

 

 ▷ 미즈노 리사[각주:1]

 

 - 대학 졸업 후 소프트웨어 회사에 입사한 타카키의 직장 동료.

 

 

 

 

 

 

(1) 벚꽃 이야기

 

 시노하라 아카리는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는 마치 눈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카리는 초속 5센티미터라고 말했는데, 토노 타카키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카리리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다시 말해주어서야 알아들은 타카키였고, 그녀는 구름도 마찬가지라며 기쁜 듯이 웃었다. 이렇게 타카키와 아카리는 TV나 책에서 본 잡지식들을 공유하며 하굣길을 걸어가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동급생이었던 타카키와 아카리의 만남은 도쿄 세타가야 구에 있는 한 토등학교에서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간 이어졌다. 두 집안 모두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전학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타카키는 나가노에서 도쿄로, 아카리는 시즈오카에서 도쿄로 전학을 와서 서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둘은 병치레가 잦았기에 밖에 나가 활발하게 놀기보다는 조용하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으며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어갔다. 덕분에 학교에서는 둘이 붙어 다닌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린 타카키는 연애라는 감정에는 무뎠지만, 아카리를 좋아한다는 감정만은 뚜렷한 듯했고, 그는 아카리와 함꼐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중학생이 된 아카리는 결국 키타칸토의 어느 작은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타카키는 그녀와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아카리는 미안하다며 타카키에게 전화를 해왔고, 수화기 너머로는 미안하다는 말이 전해져왔다. 타카키는 이 사실이 아카리의 탓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분에 이기지 못하고 까칠한 말을 내뱉었다. 수화기 너머의 아카리는 숨을 죽인 채 울고 있었고, 다시 미안하다고 말한 타카키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 자리에 멍하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타카키는 아카리와 마음의 정리 같은 것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헤어졌고, 이윽고 중학교의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중학생이 된 타카키는 꽤나 바빠진 일상에 적응해가며 아카리를 잊으려고 시도해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아카리에게서는 그녀의 근황이 담긴 편지가 오기 시작했고, 타카키는 한 달의 한 번 꼴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타카키는 아카리가 보낸 편지 모두를 외워버릴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주변의 동급생들이 성장한 모습을 본 타카키는 성장한 아카리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3학기에 들어서, 타카키는 규슈현의 가고시마섬[각주:2]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앞으로 아카리와 만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한 타카키는 이사를 가기 전에 한 번 만나자는 약속을 제안했다. 아카리는 바로 답장을 했고, 조율을 통해 그녀의 집 근처의 이와후네 역 저녁 7시에 만나기로 정했다.

 타카키와 아카리가 만나기로 한 날은 비가 많이 왔다. 타카키는 예정대로 전철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고, 일정은 순조로워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비는 곧 눈발로 바뀌기 시작했고, 어느새 전철의 진행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하면서 똑같은 안내 방송이 연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저녁 7시가 되어서도 타카키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전철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고, 환승을 한 이후에는 아예 멈추기까지 했다. 환승하던 도중에는 아카리에게 보낼 장문의 편지를 강풍 때문에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타카키는 아카리가 보냈던 편지를 읽으며 전철이 다시 운행하기를 기다렸다. 편지의 내용 속 아카리는 항상 혼자였고, 지금의 자신이 그 모습인 것 같았다. 타카키는 혼자 기다리고 있을 아카리만을 생각하며 빨리 도착할 수 있기만을 기도했다. 그렇게 타카키가 이화후네 역으로 도착한 시각은 약속 시간보다 4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11시를 넘겨서였다.

 역의 대합실에는 너무나도 그리웠던, 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의 아카리가 있었다. 타카키는 아카리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타카키의 코트 자락을 꼭 움켜잡은 아카리의 눈에서는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둘은 대합실에서 호지차를 나누어 마신 뒤, 아카리가 편지로 말했던 벚꽃나무를 보러 갔다. 그리고 그날 밤, 둘은 첫 키스를 나누었고, 그 시간은 둘에게 있어 가장 긴 시간이자 편안하고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 둘은 그날 밤을 밭 옆에 있는 작은 헛간에서 보냈다. 아침이 되자 눈은 어느새 그쳐있었고, 타카키는 돌아갈 준비를 했다. 편지와 전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전철에 올라탄 타카키는 전철 안에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오른손을 겹쳤다. 아카리를 뒤로한 타카키는 그녀에게 줄 편지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끝내 하질 않았다.아카리와 키스한 순간부터 그의 세상은 모두 변했고, 앞으로도 아카리는 그에게 있어 사장 소중한 존재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타카키는 아카리를 지킬만한 힘을 가지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었다.

 

 

(2) 코스모너트(Cosmonaut)[각주:3]

 

 중학교 2학년의 스미다 카나에는 전학 온 타카키를 처음 보게 되었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말도 자연스럽게 잘 하는 타카키의 모습은 그녀에게 있어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타카키는 금새 많은 친구를 사귀었으며, 보통 남자애들과는 달리 남녀 구분을 하지 않아 카나에도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카나에는 숙명적 사랑이란 것을 느끼며 타카키에게 빠져들었고, 모든 일을 제쳐두고 오직 그에 대한 색각으로만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고등학교 3학년인 카나에는 벌써 5년 동안이나 타카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어불어 카나에에게는 쇼트보드로 서핑을 잘 하잘 못한다는 점, 앞으로의 진로도 정하지 못했다는 점, 남자보다 검은 피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점 등의 골칫거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카나에가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1반과 2반이 인문계, 3반이 실업계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타카키는 진학반인 1반이었고, 그녀는 실업계인 3반이었다. 동급생 유코와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카나에는 1반의 사사키라는 애의 얘기가 나오자 자동적으로 타카키를 떠올렸다. 유코는 타카키에게 아마도 도쿄의 여자친구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그에게 빠져있는 카나에를 한심하게 여겼다. 학교의 복도에는 무수히 많은 로켓 발사 사진이 걸려 있었고, 나나에는 어릴 적부터 로켓 발사를 몇 번이나 봐왔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로켓이 발사된 적이 없었는데, 카나에는 5년 전 전학 온 타카키가 로켓 잘사 장면을 본 적이 있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타카키와 우연히 마주칠 때면, 카나에는 그가 더욱 좋아졌고, 그것이 즐거우면서도 무섭기도 한 복잡한 심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카나에 스스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샵이라는 편의점에 들렀는데, 이는 1주일에 0.7번 꼴로 발생하는 습관 또는 이벤트와 같은 것이었다.타카키는 매번 카나에가 사는 요구르트를 보며 정말 그것을 좋아한다며 천진난만한 반응을 보였고, 그런 대화를 나누던 카나에의 시선은 그의 스포츠백 속에 든 휴대전화로 가있었다. 그리고 카나에는 타카키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기도해보기도 했다.

 카나에에게는 그녀보다 여덟 살 연상인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자신에 비해 외모도 출중할 뿐더러 만사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고, 고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했다. 어릴 적의 카나에는 그런 어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카나에는 언니를 동경하며 좋아한다는 사실에 틀림이 없었다. 하루는 담인 이토 선생님으로부터 아직도 진로를 정하지 않았다며 불려간 일이 있었는데, 카나에가 싫어하는 일만 잘 집어내는 이토 선생님은 언니에게도 말해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카나에의 언니느 그녀에게 진로에 대한 일을 일체 꺼내지 않았다.

 카나에는 우연하게 타카키를 만나지 않을까 싶어 오토바이[각주:4] 주차장에서 서성거렸지만, 바라던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이내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타난 타카키가 반갑게 말을 걸어주었다. 타카키는 항상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때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휴대전화를 들고 자판을 누르고 있었다. 주차장 한 켠에 타카키와 함께 앉은 카나에의 가슴은 두근두군 대기 시작했다. 카나에는 항상 어디론가 가려는 사람처럼 보였던 타카키에게 그의 진로에 대해 물었고, 고는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카나에는 항상 막힘없이 자신감이 넘쳐보였던 타카키에게도 고민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다시금 자신이 타카키를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둘은 로켓을 운반하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카나에는 시속 5킬로미터라며 어디서 들었었던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타카키는 그 트레일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아침, 언니와 함께 바다로 나가던 카나에는 몇 년 전에 언니가 데려왔었던 코바야시라는 남자에 대해 물었다. 언니는 그와 이미 헤어진지 오래된 듯했고, 당시에는 결혼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결혼이 절실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언니는 혼자 가고 싶은 장소와 둘어서 함께 가고 싶은 장소는 별개의 것이라며 그것을 서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고 싶은 장소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카나에는 언니에게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친구가 있었냐고 물었고, 언니는 어릴 적의 자신과 매우 닮았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카나에는 드디어 파도 위세서 설 수 있게 되었다.

 이 후, 학교에서 도착한 카나에는 졸고 있었다. 유코는 사사키가 어떤 남학생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모양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카나에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카나에는 타카키에게 고백을 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나에는 타카키에게 잣니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방과 후가 되자, 카나에는 타카키가 오기를 기다리며 숨어서 오토바이 주차장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런데 타카키는 그녀의 뒤에서 이름을 부르며 나타났다. 카나에는 깜짝 놀랐지만, 입 밖으로 비명이 나오는 것을 꾹 참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편의점에서는 망설임 없이 타카키와 똑같은 커피를 고른 카나에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고백을 해야 한다고 되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카나에가 용기를 내어 타카키의 셔츠자락을 붙잡은 순간, 마치 그에게서는 여기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섬뜩해진 카나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렸고, 결국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카나에의 오토바이가 고장이 났는지 제대로 작동이 되질 않았다. 카나에의 오토바이를 보던 타카키는 카나에의 먼저 가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함께 걸어가자고 했다. 카나에는 속으로 어째서 타카키가 이렇게 상냥한 것인지를 계속해서 묻고 있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카나에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타카키는 상냥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타카키는 슬픈 듯이 카나에의 이름을 중얼거릴뿐이었고, 카나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카나에의 마음속으로 더 이상 상냥하게 대해주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대기를 흔드는 로켓이 발사되기 시작했고, 카나에와 타카키는 로켓이 말들어낸 거대한 연기 탑이 대기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나에는 같은 하늘을 보면서도 타카키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나에의 세상은 더 이상 어제와 내일이 같지 않았다. 이제부터 펼쳐질 세상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었고, 그녀는 그런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눈물은 다시금 넘쳐흐르고 있었고, 카나에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타카키가 좋다고 중얼거리던 카나에는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3) 초속 5센티미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타카키는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의 이케부쿠로 역 근처의 연립주택을 빌렸다. 타카키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이외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혼자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했지만, 보다 긴밀한 우정을 쌍을 친구가 생겼으며, 대학교 1학년 가을에는 여자친구도 만들었다. 그녀는 대학 생활협동조합에서 도시락 판매 아르바이트를 함께 했던 사람으로, 그녀에게는 타카키가 첫 연애 상대이기도 했다. 교제는 1년 반 정도 이어졌고,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고백한 것을 계기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타카키가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말하며 떠나갔다.

 다음으로 사귄 여자친구는 대학교 3학년이 되어 학원 보조 강사를 하던 무렵, 학생 보조를 하던 와세다 대학의 학생이었다. 타카키는 그녀가 여자로서 라기보다, 여자라는 개체로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인기가 많았지만 고독해보였고, 이를 파악한 것은 타카키뿐이었다. 타카키는 함께 채점을 하던 그녀가 비정상적으로 땀을 흘리며 떨고 있던 것을 도와주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둘은 사귀게 되었다. 연애 기간은 약 3개월 정도였거, 2개월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남은 1개월은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해가며 누구보다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이후, 4학년이 된 타카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구직을 시도했고, 미타카에 있는 중견 휴대 단말기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취직했다.

 타카키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사회에 나온지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타카키에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미즈노 리사라는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리사는 타카키에게 있어 별다른 공통점도 없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카키는 그녀와 나누는 대화가 죽이 척척 맞아들어갔고, 또 기분이 좋게 만들어졌다. 타카키는 점점 만날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리사와 데이트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했던 연애에서 좋아하는 상대에게 너무 빠르게 빠진 감이 있었다고 판단한 타카키는 리사와의 연애에서만큼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타카키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로켓 발사가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타카키는 열입골 살 시절 로켓 발사를 처음 봤던 기억을 회상했고, 자신의 옆에 함께 있던 한 여학생을 떠올렸다. 타카키는 카나에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몇 번이고 그것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 카나에의 고백이 무산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타카키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타카키가 도쿄로 떠나던 날, 그는 카나에에게만 비행기 시간을 알려주었다. 지금의 타카키는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카나에에게 웃어주었는지도 가물가물했다. 타카키를 보내주던 카나에는 타카키를 줄곧 좋아해왔으며,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울면서 전했다. 그리고 카나에는 타카키에게 웃어주었다.

 새벽 2시를 넘은 시각, 눈꺼풀에 온갖 모양이 떠오르던 타카키는 시신경에 대한 지식[각주:5]을 떠올렸고, 문득 이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보내지 않을 문자를 휴대전화로 작성하던 버릇까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 문자는 점차 혼잣말로 변해갔고, 그러한 습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미 편지를 보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편지가 끊긴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타카키는 카나에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리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똑바로 전하겠다고 생각했다.

 입사 3년차의 타카키는 회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팀장 때문에 더 많은 야근을 해야 했다. 그렇게 수확도 없는 일을 하는 동안, 타카키는 없는 시간을 쪼개 리사와 보내는 귀한 시간을 가꾸어 나갔다. 토요일 밤에는 이따금씩 서로의 집에서 묵는 경우도 있었다. 리사의 집에는 타카키의 속옷이, 타카키의 집에는 리사의 조리기구와 조미료, 그리고 잡지가 쌓여갔다. 타카키는 자신과는 연이 없었던 물건들이 쌓여간다는 사실에 훈훈함을 느끼고 있었다. 리사와 함꼐하던 타카키는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고독하게 지내왔는지를 깨달았고, 그러한 시간은 3년간 지속되었다.

 하루는 타카키가 두 달만에 리사의 집에 갔다. 타카키는 리사와 대화를 나누었고, 리사는 어릴 적 꿈이 뭐였냐고 물어왔다. 타카키에게 그런 것은 없었고, 리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리사는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가 가장 괴로웠으며, 지금 다니는 회사에 취직되었을 때에는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타카키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 찾지 못했고, 그 무언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다. 리사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나간 순간, 타카키는 그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낯선 남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사를 격렬하게 질투했다. 리사는 회사 후배였다며 아무렇지않게 말했지만, 타카키는 불합리하게 멸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타카키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고, 다음 날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그것은 리사와의 마지막 아침 식사가 되었고, 이 살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녀와 아침을 먹고 싶다는 타카키의 마음과는 다른 것이었다.

 타카키와 리사 사이에는 헤어지게 될 이유를 제공한 큰 사건 같은 것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마음이 겹쳐지질 않아 자연스레 헤어지게 된 것이었다. 타카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었다. 동시에 타카키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2년간 이어졌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퇴근을 한 타카키에게는 리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지만 타카키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주변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타카키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주 오래 전 아카리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각주:6]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사를 앞 둔 아카리는 벽장 안의 짐들을 정리하며 추억의 물건들을 꺼내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리는 예전에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던 편지를 기억해내 발견했다. 그것은 15년전, 그녀가 좋아했던 남학생, 타카키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게 되면 그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아카리는 열세 살 시절 전철로 세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오직 자신을 보기 위해 달려와 주었던 타카키를 떠올렸다. 뒤늦게나마 타카키가 도착했을 때, 아카리는 그가 자신을 정말 좋아해주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카리는 어느새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다. 아카리는 눈이 오던 그 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던 타카키가 열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도 잠시, 아카리는 혼인신고 전날 다른 남자 생각을 하는 자신을 장난스레 꾸짖으며 생각을 접었다. 아카리는 곧 결혼할 예정이었고, 남편이 될 사람이 도쿄로 전근을 가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아카리에게 있어 눈 오던 날의 그 기억은 소중한 추억이었고, 그녀가 가진 마음의 일부였다. 아카리는 타카키가 건강하기를 기도하며 열차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 출근을 하게 된타카키는 마지막으로 온 리사의 문자를 보았다. 리사의 메시지에는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적혀 있었다.리사는 미묘한 일로 인하여 서로가 지쳐버린 느낌이 든 것 같다고 했으며,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마음을 잘 전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사람을 사귀었던 타카키는 그녀들을 아무런 읨도 없이 상처입혔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어리석고 이기적이라 생각한 타카키는 좀 더 배려하지 못하고 다른 말을 해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리고 오열했다. 그 눈물은 아마도 15년 전 이와후네 역에서 그가 울었던 이후로 처음 나오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하게 다가서지 못했다고 여긴 타카키는 잠시나마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그런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아카리는 좀 전에 찾아낸 오래된 편지[각주:7]를 열어 조금 읽어보고는, 나이를 먹으면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다시 넣어두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타카키도 꿈을 꾸었다 그것은 눈이 오던 날 타카키가 강풍에 의해 아카리에게 주려고 했던 편지를 잃어버렸던 때의 기억이었다. 꿈속의 타카키는 그 편지[각주:8]를 마저 써야한다고 생각했고, 편지지를 넘겨가며 글자를 적어 넣었다.

 어느덧 3개월이 지나 벚꽃으로 물드는 4월이 도쿄에 찾아왔고, 타카키는 지난 직장의 연줄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를 하기 시작했다. 타카키에게 불안감은 있었지만,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만은 있었다. 타카키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 거리에 시간대별로 각각 다른 냄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상당히 많은 것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은 타카키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면서 벚나무를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문득 떠올렸다. 초속 5센티미터.

 눈앞에서는 한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타카키의 마음에는 희미한 빛이 깜빡거렸고, 어떠한 근거도 없었지만 확신이 들었다. 철도 경보음과 함께 두 사람은 스쳐지나갔고, 건널목을 다 건넌 뒤에 두 사람은 서로 뒤를 돌아보았다. 전철이 지나가고 있어 서로의 모습이 보질 않는 순간, 타카키는 그의 앞에 있는 여성이 그대로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상관은 없었던 타카키는 만약 아카리가 맞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타카키는 지금 지나가고 있는 전철이 지나가면 앞으로 나아가자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 목차 '벚꽃 이야기는'는 타카키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 목차 '코스모너트'는 카나에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 목차 '초속 5센티미터'는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 소설의 엔딩과는 달리,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의 마지막은 전철 두 대가 모두 지나가고 여성의 모습이 없는 것을 확인한 타카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걸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만화에서는 카나에가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초속 5센티미터
국내도서
저자 :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 / 김혜리역
출판 : 대원씨아이 2017.01.17
상세보기

 

  1.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이 캐릭터의 담당 성우의 이름이 미즈노 리사이다. [본문으로]
  2. 규슈현은 일본 남쪽에 위치한 큰 섬으로, 가고시마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의 신안군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본문으로]
  3. 우주비행사. [본문으로]
  4. 16세부터 면허를 취득해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5. 시신경은 눈꺼풀이 안구를 누르는 압력을 빛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간은 결코 진짜 어둠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본문으로]
  6. 타카키, 너는 분명 괜찮을 거야. [본문으로]
  7. 타카키에게 주기 위해 아카리 자신이 쓴 편지. 이와후네 역 대합실에서 쓴 것으로, 아카리가 타카키를 좋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본문으로]
  8. 타카키가 아카리에게 주려고 했으며, 강풍으로 인해 잃어버려 끝내 전해주지 못했던 편지. 훗날 아카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으며, 그녀를 좋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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