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2017. 3. 22. 01:01라이트노벨 줄거리/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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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 작가 : 신카이 마코토

 ▷ 번역 : 박미경

 ▷ 장르 : 일상, 드라마, 판타지

 ▷ 내용 : 도쿄에 사는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서로의 몸이 뒤바뀌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 타치바나 타키

 

 - 도쿄 도립 진구고등학교 2학년. 시비가 붙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성향이 있다. 츠카사, 신타와 함께 자주 카페 등과 같은 곳을 다니며 어울린다. 중학교 시절까지는 운동을 잘해 농구를 했었지만, 고등학교 이후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훗날 건축학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아버지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 미야미즈 미츠하

 

 - 이토모리 고등학교 2학년. 미야미즈 가문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무녀를 하고 있으며, 이장인 아버지 때문에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따분한 시골인 이토모리를 벗어나 도쿄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타키와 몸이 뒤바뀌면서 도쿄 생활을 만끽해보게 된다.

 

 

 ▷ 미야미즈 요츠하

 

 - 초등학교 4학년. 미츠하의 여동생. 자신이 언니보다 더 야무지다고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한다.

 

 

 ▷ 미야미즈 히토하

 

 - 미츠하의 할머니. 미츠하와 요츠하를 혼자서 보살펴주고 있다.

 

 

 ▷ 나토리 사야카

 

 - 이토모리 고등학교 2학년. 미츠하의 소꿉친구. 미츠하는 그녀를 '사야'라고 부른다. 카츠히코와 항상 붙어다니면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테시가와라 카츠히코

 

 - 이토모리 고등학교 2학년 3반. 사야카와 마찬가지로 10년지기 미츠하의 소꿉친구. 미츠하는 그녀를 '텟시'라 부른다.

 

 

 ▷ 미야미즈 토시키

 

 - 이토모리 정(町)[각주:1]의 이장. 미야미즈 자매의 아버지. 배우자인 미야미즈 후타바의 죽음 이후 정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집을 나갔다. 때문에 남은 가족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에게도 미움을 받고 있다.

 

 

 ▷ 후지이 츠카사

 

 - 도쿄 도립 진구고등학교 2학년. 타키의 친구이자 아르바이트 동료. 타키와 함께 이토모리를 찾아 나선다.

 

 

 ▷ 타카기 신타

 

 - 도쿄 도립 진구고등학교 2학년. 츠카사와 마찬가지로 타키의 친구이자 아르바이트 동료.

 

 

 ▷ 오쿠데라 미키

 

 - 타키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 그녀는 미츠하의 공작으로 타키와 데이트를 하게 되며, 츠카사와 함께 타키를 따라 이토모리로 가게 된다.

 

 

 

 

 

 

(1) 꿈

 

 타치바나 타키는 오직 어떤 한 사람만을 찾고 있었다.

 

 

(2) 단서

 

 타키의 꿈속에서 미야미즈 미츠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애절한 목소리로 타키를 불렀다. 하지만 미츠하를 알아보지 못하는 타키에게는 미츠하라는 이름이나 그녀의 모습조차도 생소하기만 했다. 만원 전철 속에 서있는 타키에게 머리끈을 내민 미츠하는 그것을 타키에게 건네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꿈에서 깬 타키는 꿈 속에서 본 미츠하라는 소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일어났다. 타키는 몸 전신에서 위화감을 느꼈고, 다시금 정신을 차린 순간에 본 자신의 몸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몸이었다. 타키가 있던 미야미즈 요츠하가 들어와 잠꼬대하지 말라며 밥이나 먹으라는 소리를 했고, 완전히 잠에서 깬 타키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다음 날, 미츠하는 원래대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고, 여동생 요츠하는 어제의 언니가 정말 이상했다며 의아해했다. 할머니조차도 그런 말을 하자, 미츠하는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때마침 마을 주민 센터에서는 1200년만에 한 번 지구로 근접하는 티아마트 혜성을 볼 수 있는 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등교하던 미츠하는 소꿉친구들인 테시가와라 카츠히코와 그의 자전거 뒷자리에 함께 앉아서 오는 나토리 샤아카를 만났다. 둘은 아침부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야카는 오늘은 미츠하가 머리를 잘 묶었다며 히죽거렸고, 어제의 미츠하는 정말 이상했다고도 말했다. 미츠하는 할머니와 요츠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때, 마을에서는 이장이자 미츠하의 아버지인 미야미즈 토시키의 연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토시키는 마이크를 내려놓더니 미츠하에게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으라며 소리를 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집중된 미츠하는 창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고전 수업을 받고 있던 미츠하의 노트에서는 백지여야할 페이지에 갑자기 '너는 누구냐?'라는 큰 글씨가 있었다. 찾선 글씨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미츠하에게 유키 선생님은 낭독을 시켰다. 갑작스런 호명에 당황한 미츠하가 일어나자, 고전 담당의 유키 선생님은 어제와 달리 오늘은 자기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말했고, 반의 아이들은 까르르르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츠하는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사야카는 어제의 미츠하가 정말 이상했었다고 말해주었다. 미츠하는 스트레스가 쌓여 기억상실증을 앓은 것이라 생각했고, 사야카도 마찬가지라 여기는 듯했다. 다만 미츠하에게는 어디인지 모르는 알 수 없는 도시와 거울에 비친 처음 보는 소년의 모습이 드문드문 떠오르기도 했다. 미츠하가 계속해서 이상한 꿈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사야카는 그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된 것이라며 떠들어댔다. 어찌됐든 미츠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작은 마을을 떠나, 졸업해서 도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여기에는 사야카도 동조해주었다.

 사야카와 카츠히코와 헤어진 미츠하는 할머니, 요츠하와 함께 미야미즈 신사의 풍양제에 쓸 실매듭을 만들고 있었다. 할머니 미야미즈 히토하는 사위이자 두 자매의 아버지인 토시키가 가족과 신사를 내팽개치고 그저 정치질에나 빠져있는 것이 매우 못마땅해 했다. 풍양제를 이끄는 사람은 미츠하와 요츠하였고, 둘은 무녀 차림에 새빨간 연지를 입술에 바르고 머리 장식까지해서 신락전의 청중 앞에서 서서 춤을 추게 되었다. 풍양제는 미츠하에게 있어 처음에는 창피했으나, 어릴 적부터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그리고 쌀을 우물우물 씹은 다음 뱉는 의식이 있었는데, 되[각주:2]에다가 미츠하는 이것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던 미츠하에게는 오로지 마을을 떠나 멀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특히 도쿄로 상경하고 싶었던 미츠하는 더 이상 이런 마을에 있기 싫다며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미츠하의 목소리는 어둠 속 산봉우리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다만, 미츠하는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신에게 무엇을 빌어야 할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3) 나날


 미츠하는 처음 듣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미츠하는 처음 보는 방의 풍경과 묘한 묵직함이 느껴지는 자신의 목에서 기묘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처음 보는 티셔츠 위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고, 하반신에는 없어야 할 것이 있어 당황한 미츠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거울에 비친 소년은 낯선 얼굴이었고, 미츠하는 늦더라도 학교에는 꼭 가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나가는 타키의 아버지를 보며 정말 이상한 꿈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무녀였던 미츠하는 타키의 몸으로 소변을 보면서 매우 치욕스러움을 느꼈고, 또 눈물을 글썽였다. 타키의 휴대폰에는 얼른 학교에 오라는 후지이 츠카의 문자가 와있었다. 집밖으로 나간 미츠하는 눈앞에 펼쳐진 도쿄의 풍경에 감동을 받았다.

 미츠하가 타키의 스마트폰 GPS를 이용해 겨우 학교에 도착했을 쯤에는 이미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츠카사는 문자도 씹으면서 늦게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미츠하에게 말을 걸어왔고, 미츠하는 츠카사, 타카기 신타와 함께 옥상의 한 쪽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츠카사와 신타는 미츠하의 말투가 이상하다며[각주:3]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고, 미츠하는 현재 자신이 타키라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고는 도쿄 말투를 쓰려고 애썼다. 방과 후 미츠하는 츠카사와 신타랑 카페에 갔는데, 도쿄의 물정에 대해 모르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신세계였다. 한 달치 용돈에 버금가는 팬케이크 가격에 놀란 미츠하는 어차피 타키의 돈을 쓰는 것이라 판단하고는 좋은 꿈이라 여기고 있었다. 타키의 휴대폰에서는 아르바이트 처에 온 메시지가 왔고, 당황한 미츠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어딘지를 츠카사와 신타에게 물었다. 지금껏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타키의 언행에, 츠카사와 신타는 의아하다 못해 이제는 화를 내기 시작했고, 미츠하에게 주문까지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미츠하는 주문하는 것조차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혼란에 빠져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에 도착한 미츠하는 청소기로 바닥 청소를 했고, 오쿠데라 미키의 도움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그럭저럭 소화해낼 수 있었다. 갑자기 같이 일하던 웨이트리스가 비명을 질렀는데, 미키의 치마가 완전히 찢어져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좀 전에 나갔던 손님으로, 미키를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던 남성의 짓으로 추정되는 것이었으며,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키는 겁을 먹었는지 꽤나 떨고 있는 듯했고, 다른 종업원들은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미츠하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미키를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할머니에게서 배운 바느질 실력으로 그녀의 치마를 뚝딱 고쳐주었다. 미키는 의외로 타키에게도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며 오늘 같은 타키가 좋다고 말했고, 미츠하는 그녀의 미소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던 미츠하는 정말 실제같은 꿈이라며 도쿄 생활에 즐거움을 느꼈다. 미츠하는 타키가 꼼꼼하게 일정을 작성해둔 것을 발견하고는 오늘 있었던 일을 타키가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일기를 작성했다. 미츠하가 졸려서 하품을 하는 동안, 국어 노트에는 '너는 누구냐?'라는 글자가 떠올랐고, 미츠하는 책상 위에 있던 매직으로 자신의 이름을 손바닥에 썼다. 미츠하는 나중에 타키가 손바닥에 적힌 '미츠하'라는 글자를 보고는 깜짝 놀랄 것을 상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타키는 자신의 손바닥과 스마트폰에 쓴 적도 없는 글자들을 발견했다. 타키는 전 날 했었던 자신의 행동이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었지만, 타키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도대체 미츠하가 누군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반면, 미츠하는 오늘은 가슴을 만지지 않는다는 요츠하의 말을 들으며 잠에서 깼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자신이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행적에 대해 얘기를 걸어왔다. 집으로 돌아온 미츠하는 고전문학 노트에 적힌 '너는 누구냐?'라는 글자와 함께 미츠하 자신에 대해 요약된 글이 있었다. 미츠하는 자신의 손이 다른 사람의 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떨고 있었고, 꿈 속에서 타키와 자신이 서로 뒤바뀐 것이라 깨달았다.

 타키와 미츠하는 부정기적으로 몸이 서로 뒤바뀌었다. 타키와 미츠하는 점점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일기나 메모를 남겨주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서로의 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소정의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또다시 미츠하의 몸으로 뒤바뀐 타키는 요츠하, 히토하와 함께 신체[각주:4]로 가기 위해 산을 오르고 있었다. 히토하로부터 '무스비'라는 것에 대해 듣게 된다. 히토하는 무스비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신의 힘, 실매듭이라고 설명했고, 그것이 왠지 모르게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 타키는 이 단어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산 정상에 도착한 타키에게 그 풍경이란 마치 공중 정원같은 것이었다. 타키가 넋을 놓고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 히토하는 여기서부터는 황천이라며 움푹 패인 땅으로 내려갔다. 바위와 시냇물을 건너면서, 히토하는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를 대신 바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당황한 타키는 건너고나서야 알려주면 어떻하냐고 불만을 표시했고, 요츠하는 쿠치카미사케[각주:5]를 말하는 거라며 배낭에서 작은 병 하나씩을 꺼냈다. 히토하의 지시에 따라 타키와 요츠하는 신체에 술을 바치기 위해 거목을 향해 걸어갔다.

 요츠하는 저녁 석양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혜성이 떨어지는지를 관찰했다. 타키는 아침 뉴스에서 혜성에 대해 들은 것을 떠올리며 하늘을 뒤졌다. 혜성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았지만, 타키는 혜성이 지나간 꼬리를 볼 수 있었고, 그는 마치 예전에 이 혜성을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타키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고, 미츠하가 제멋대로 잡은 데이트 때문에 바쁘게 몸단장을 해야만 했다. 의도치않게 미키와 데이트를 하던 타키는 어느 미술관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여러 곳의 풍경이 찍힌 사진을 관람했다. 그리고 '히다'라는 곳의 사진을 보았는데, 이 곳만큼은 다른 곳과 다르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임에도 분명하게 알고 있음을 느꼈다. 반면 옆에 있던 미키는 오늘의 타키가 왠지 다른 사람 같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미키는 이전의 타키가 자신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마음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지 않냐며 물어왔다. 당황한 타키는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지만, 미키는 약간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하고는 아니면 됐다며 시원스레 웃어보였다. 미키와 헤어진 타키는 자신과 미츠하가 특별하게 이어져있음을 생각했고, 제멋대로 약속을 잡은 것에 대해 미츠하와 가벼운 말다툼이 하고 싶어졌다. 미츠하의 메모에는 데이트가 끝날 무렵 혜성이 보일 것이라고 적혀 있었고, 타키는 이미 노을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츠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게다가 혜성이 떨어진다면 분명 크게 뉴스가 나와야할 것이었지만, 그러한 것은 전혀 본 적이 없었기에, 타키는 미츠하가 단순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타키의 가슴이 쑤시듯 아파왔고, 타키는 돌연 생각난 미츠하의 전화번호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잘못된 전화라고 알리는 전자음성만이 흘러나왔고, 타키는 다시 몸이 바뀌면 그 때에 가서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 이후로 타키와 미츠하가 몸이 뒤바뀌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4) 탐방

 

 타키는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마치면 전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타키는 매일 바뀌는 도쿄의 풍경을 보면서 미츠하의 시선으로 보았던 시골 마을의 풍경을 떠올렸고, 호수 마을의 풍경화를 여러 장 그려갔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미츠하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다만, 오랜만에 몰려오는 강한 잠기운에 미츠하와 뒤바뀌기를 강하게 바랐지만 역시나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타키는 츠카사에게 아르바이트와 자신의 알리바이를 부탁하고 아버지 몰래 미츠하를 찾아가려 했지만, 츠카사는 미키와 함께 타키를 따라가기 위해 신타에게 부탁하고는 타키와 함께 했다. 타키의 미츠하 찾기는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나고야로 향하는 타키가 알고 있는 것이란 '히다'라는 지명과 머릿 속에 기억하고 있는 풍경이 전부였다. 때문에 타키 일행은 타키가 그린 풍경화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지방선을 따라 조금씩 북상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타키 일행이 미츠하가 사는 마을 찾기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타키 일행이 라멘을 먹고 난 뒤 도쿄로 돌아가 다시 작전을 구상하려고 생각하려는 찰나, 지나가던 부부는 타키의 풍경화를 보고는 이토모리 정이 아니냐며 말을 걸어왔다. 타키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이토모리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이토모리 정이 이 근처가 아니냐며 물었다. 그러자 부부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타키도 알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고, 츠카사나 미키도 혜성이 근접했던 날을 언급하며 뭔가를 아는 듯이 말을 했다. 하지만 타키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마음 속에서는 불길한 마음만이 피어나고 있었다.

 타키 일행은 라멘 가게 아저씨의 도움으로 이토모리 정이 있던 장소에 갈 수 있었다. 이토모리 정은 3년 전 10월 경에 1200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는 티아마트 혜성이 미야미즈 신사로 떨어져 현재는 마을의 대부분이 호수에 잠긴 상태였고, 수 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장소의 주위에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경고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타키의 머릿 속에는 이토모리 정의 풍경이 또렷하게 기억되어 있었고, 잘못본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하는 츠카사와 미키에게 타키는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타키의 기억에는 오직 3년 전 도쿄에서 본 혜성,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한 반짝임이 전부였다. 타키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자신의 스마트폰에는 미츠하가 남겨둔 일기와 메모장이 여전히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키는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미츠하의 일기를 불러왔다. 미츠하의 일기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 한 글자 한 글자들이 점점 흐릿해져가더니 도저히 알 수 없는 형태의 것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서히 미츠하의 일기가 지워져가는 모습을 본 타키는 영문도 모른 채 좌절감을 맛보았다. 지난 달, 타키는 미츠하가 되어 이토모리 정을 거닐었다. 때문에 3년 전에 혜성이 떨어져 마을이 사라졌다는 모순은 타키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타키 일행은 이토모리 정 근처의 공립 도서관에서 이토모리 정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혜성 재해 명단에는 익숙한 이름은 카츠히고와 사야카뿐만 아니라 미츠하를 비롯한 그 가족의 이름도 실려있었다. 마치 울먹거릴 듯한 미키는 3년 전의 죽은 사람을 2, 3주 전에 봤을리가 없다며 타키가 단순히 착각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타키는 이 사실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조차 가질 않았다.

 타키의 오른손 손목에는 오렌지색 끈이 감겨 있었는데, 이토모리 향토집을 보던 미키는 이곳이 실매듭의 산지였다며 타키의 손목도 실매듭이 아니냐고 물었다. 타키는 그 오렌지색 끈이 분명 오래 전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기억은 희미하게 있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도통 기억나질 않았다. 그리고 타키는 어느새 미츠하의 이름마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타키의 꿈에서는 어떤 소녀가 그를 부르며 기억이 나지 않냐며 물어왔다. 잠에서 깬 타키는 미키와 츠카사에게 메모를 남기고는 혼자서 폐허가 된 이토모리 정으로 향했다. 라멘 가게 아저씨의 도움으로 타키는 다시금 이토모리 정까지 향했고, 아저씨는 타키가 그린 이토모리 정이 참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타키의 가슴은 왠지 모르게 저려왔다.

 비가 오려는지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하늘은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이내 곧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타키는 작은 동굴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그와중에 히토하가 말했던 무스비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무언가를 몸에 넣는 행위 또한 무스비라고 했는데, 실매듭과 시간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생각한 무스비를 떠올리며 손목에 감긴 오렌지색 끈을 쳐다보았다. 타키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고 확신하고는 산을 올랐고, 미츠하가 되었을 때에 본 거목과 움푹 파인 지형을 발견했다. 물을 건너 수 미터 앞에 서있는 거목에 다가가기 위해, 히토하가 말했던 저세상에 가기 위해[각주:6], 타키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거목은 커다란 너럭바위[각주:7]에 뿌리를 휘감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작은 계단이 있었고 안에는 2평 정도 되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타키는 사당에 놓여진 3개의 술병을 보면서 자신과 미츠하가 3년 전에 뒤바뀐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타키는 미츠하 분의 술병 뚜겅을 봉인한 실매듭을 풀었고, 뚜껑에 술을 따라 마셨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미츠하와 꼭 한 번쯤 다시 만나고 싶다고 간절히 애원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타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기시감을 느끼며 저절로 입에서는 '혜성'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고, 바위에 새겨진 혜성 그림을 응시했다. 혜성 그림은 마치 타키에게로 떨어지는 듯했고, 그것은 천천히 다가오더니 결국 타키에게로 격돌했다.

 

 

(5) 기억

 

 분명하지 않은 부유감과 함께 타키는 미츠하의 기억을 들여다보았다. 미츠하가 태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와 동생을 두고 집을 나가는 장면까지 이어졌다. 미츠하에게 있어 아버지에게 버려졌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어있었다. 반면 미츠하에게 타키가 되어 본 도쿄의 풍경은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세계와는 다른 빛나면서도 낯선 세계였다. 미츠하는 타키와 미키가 데이트를 할 것을 생각하며 요츠하에게 도쿄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미츠하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타키는 그 모습의 미츠하를 본 적이 없었다. 미츠하는 히토하에게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제일 밝게 혜성이 보이는 날이라며 카츠히코와 사야카가 미츠하를 데려가려했다. 타키는 그런 미츠하에게 가지말라고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닿을리 없었다. 타키의 애원과 함께, 하늘에서는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6) 재연

 

 눈을 뜬 타키는 미츠하로 뒤바뀌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익숙한 잠옷과 부풀어 있는 가슴이 그것을 증명했고, 타키는 미츠하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타키는 요츠하가 반가워서 안아주려고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영문을 모르는 요츠하는 언니가 맛이 갔다며 히토하에게 이르러갈 뿐이었다. 뉴스에는 오늘 밤 7시 40분 경에 티아마트 혜성이 떨어질 것이라 보도되고 있었고, 타키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희망에 몸이 떨려왔다. 히토하는 미츠하의 모습을 한 타키가 미츠하가 아님을 알아챘고,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히토하는 자신도 소녀 시절에 신기한 꿈을 꾼 적이 있다며 얘기를 늘어놓았고, 그것은 타키와 미츠하가 경험한 전이 현상과 똑같은 것이었다. 다만, 히토하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끝나버린 그 현상은 자신이 누구와 바뀌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이었다. 히토하는 그 기억을 소중히 여겨야하며, 이것은 타키와 미츠하 그리고 히토하뿐만 아니라 히토하의 어머니도, 또 미츠하의 어머니도 겪었던 현상이라고 말해주었다. 타키는 이것이 미야미즈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사명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타키는 히토하에게 오늘 밤 혜성이 떨어져 이토모리 정의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히토하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학교에 간 타키는 카츠히코와 사야카에게도 혜성에 대한 사실을 말했지만 사야카는 망상이라 치부하며 히토하와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타키는 다시금 냉정을 되찾고는 이러한 반응이 당연한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카츠히코는 이토모리 정 마을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 즉 옛날 마을에 운석이 떨어져 호수가 생겼다는 전승을 거론하며 타키의 말에 신빙성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타키와 카츠히코는 운석의 낙하 시간까지 주민 대피 작전을 계획했다. 그것은 주민 센터의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하는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는 주파수를 중첩시키는 것이었다. 한 가닥의 희망이 생긴 타키는 기분이 좋아져 카츠히코를 부둥켜 안았고, 카츠히코는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뭐하는 짓이냐며 새빨개진 얼굴로 타키를 만류했다. 타키는 미츠하가 아닌 타키 본인의 몸으로 돌아가 카츠히코와 사야카를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츠카사와 신타, 그리고 미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카츠히코는 주민 센터의 주파수를 해킹해 마을 내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들의 주파수를 맞춰 이토모리 고등학교에서 방송을 하고,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 회사 자재 보관 창고에 토목용 함수 폭약을 사용해 사람들을 이토모리 고등학교 교정으로 대피시키게 할 구실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하여 방송은 사야카가, 폭발은 카츠히코, 대피를 돕기 위한 관공서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이장을 설득하는데에 타키가 나서기로 한 계획이 완성되었다.

 타키는 미츠하의 이토모리 정의 이장이자 미츠하의 아버지인 토시키라면 미츠하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안일한 생각이었고, 토시키는 타키의 말을 전혀 들으려하지 않았다. 병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병원에나 가보라는 토시키의 말에 분노한 타키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거냐며 소리를 쳤다. 그러자 토시키는 눈니 휘둥그레지더니 타키에게 다가와 누구냐고 물었다.

 타키는 주민 센터를 나와 저녁의 마을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타키는 지나가던 아이들이 신사에 가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신사에 가지말라고 경고했지만, 정상적으로 타키의 말을 들을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요츠하는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물었고, 타키는 만약 미츠하라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을지 가정해보았다. 역시나 자신으로는 안 될 것이라 자괴감을 느끼던 타키는 요츠하에게도 도망치라고 말했지만, 요츠하는 어제는 갑자기 도쿄에 갔다며 최근의 언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타키는 미츠하가 도쿄에 갔다는 사실에 모종의 위화감을 느꼈다. 타키는 토시키가 자신에게 누구냐고 물었던 것과, 자신이 미츠하의 안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미츠하가 도쿄에 갔다던 어제는 도대체 언제인지, 타키 자신의 몸과 미츠하는 어디로 간 것인지 의구심만이 들었다. 타키는 구치카미사케를 마셨던 신체가 있는 방향을 응시했고, 호수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과 함께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타키는 작전에 대해 물으러 온 사야카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카츠히코의 자전거를 빼앗아 타고는 계획대로 준비해달라고 사야카에게 말하며 언덕길을 올라갔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깨어난 미츠하는 어느새 자신이 타키의 몸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아챘다. 거목이 있는 신체 근처에 있었던 미츠하는 어째서 타키가 이곳에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미츠하는 흐릿한 기억을 가지고 움푹 패인 땅을 걸어갔다. 경사면을 오르던 타키는 무엇이든 떠올리려 시도했고, 어제가 미야모리 정의 가을 축제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혜성이 가장 밝에 보이는 날이라며 카츠히코, 사야카와 함께 갔던 것, 그것이 어제였음을 확신했다. 미츠하는 경사면을 올라 1차선의 좁은 도로를 다 올라갔고, 길모퉁이의 볼록거울 끼고 돌았다. 그 순간 밤하늘에 갑자기 거대한 혜성이 나타나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멍하니 혜성을 바라보던 미츠하는 그것이 갑자기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을 보았고, 정말 아름다운 밤하늘의 풍경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금 경사면 꼭대기까지 오르기 시작한 미츠하는 꼭대기에서 이토모리 호수를 보고는 동요할 수 밖에 었었다. 왜냐하면 이토모리 마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츠하는 무섭고 무서워서 식은땀이 솟구쳤다. 그리고는 이토모리 호수를 뒤덮은 형태로 더욱 크고 둥근 호수가 생겨버렸음을 깨닫고 말았다. 그렇게 미츠하는 자신의 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타키는 3년 후의 도쿄에서 살았던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음을 깨달았다.

 그 후로 타키와 미츠하는 타키의 몸에 함께 공존했다. 타키는 미츠하의 마음이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츠하는 타키를 계속해서 불렀고, 이내 타키는 미츠하가 도쿄에 갔던 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날, 미츠하는 학교에 가지 않고 도쿄에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미츠하는 무턱대고 찾아간다고 해서 타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타키를 만난다면 분명 서로를 알아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도쿄 도심 내 전철에서 미츠하는 타키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타키는 3년 전의 타키, 즉 아직 중학생인 타키였다. 미츠하는 타키에게 계속해서 이름을 불렀고, 중학생 타키는 생전 처음보는 여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상황에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중학생 타키는 미츠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자신을 알아보는 여자에 대해 알아둬야만 한다는 충동감을 느꼈고, 이름을 물었다. 미츠하는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자신의 이름 '미츠하'를 크게 소리쳤다.

 타키는 비로소 3년 전 미츠하가 자신을 만나러 와주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것이었다. 그리고 타키는 미츠하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았다. 타키는 신체의 분지가 있는 산 정상에 있었다. 타키의 목소리는 미츠하에게 전해졌지만 미츠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이것은 미츠하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시간, 즉 3년 이라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있었다. 둘은 손을 뻗으며 '나는 여기에 있다'고 속삭였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도 둘은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태양이 기울고 석양이 드리우자, '카타와레도키, 황혼이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간은 일치되었고, 둘은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타키와 미츠하는 몇 번이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는 양팔을 붙잡으며 재회를 했다. 타키는 미츠하의 구치카미사케를 마셔서 올 수 있었다고 했고, 3년 전, 미츠하로부터 받았던 실매듭을 풀어 그녀에게 건넸고, 미츠하의 단발머리 오른쪽 귀 위에 나비매듭을 지어주었다.

 타키는 카츠히코, 사야카와 함께 세운 계획에 대해 미츠하에게 들려주었고, 미츠하는 잠자코 타키의 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도 서로를 잊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고, 타키는 미츠하의 오른손 손바닥에 이름을 써주었다. 미츠하는 방긋 웃어보이며 타키로부터 건네받은 펜을 그의 오른손에 대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미츠하의 모습은 온데간데가 없었다. 그리고 타키는 3년 후의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타키는 미츠하가 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반드시 만나러 가겠다는 다짐을 했고, 기억을 확인하듯 '너의 이름은, 미츠하'라고 몇 번이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다시 펜을 집어 미츠하의 이름을 쓰려는 찰나, 타키의 기억은 갑자기 점점 사라져갔다. 이름은 어느새 기억이 나질 않고,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게 된 타키는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만 한다는 마음만이 남아있었다. 타키는 추후에 자신이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릴 것이라 확신했지만, 이 마음 하나만을 디딤돌로 삼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라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타키는 '너의 이름은?'이라고 하늘에 소리쳤고,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메아리치며 조금씩 잦아들어갔다.

 

 

(7) 아름답게, 발버둥 치다

 

 산을 뛰어내려가는 미츠하는 타키의 이름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외웠다. 미츠하는 카츠히코에게 혜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했다. 미츠하의 진심어린 말에 그녀를 신뢰하기 시작한 카츠히코는 무인 변전소에 절단기를 사용해 침입하여 함수 폭약을 설치했다. 마을이 정전되어 비상용 전원으로 전환되면, 그 때에 학교의 방송시설을 사용하려는 계획이었다. 때마침 사야카는 꼭 해야하냐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고, 미츠하는 반드시 해야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설치된 폭탄이 터지자, 계획한대로 마을 내에서는 경보음과 사야의 경보방송이 울려퍼졌다. 미츠하와 카츠히코는 곧장 산을 내려가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금새 사람들은 대피 행렬을 이루기 시작했고, 미츠하는 안심하기 시작하며 그 사람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 즉 타키의 이름이 도통 생각나질 않았다. 카츠히코는 산불이 진짜로 나지 않는다면 대피하지 않을 지역의 주민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들은 대피는 커녕 즐겁게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카츠히코의 말에도 미츠하는 타키의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며 멍하게 있었고, 카츠히코는 그런 미츠하에게 애원하듯 이장을 설득해야 한다며 소리쳤다. 다시금 정신을 차린 미츠하는 떨어지기 시작하는 혜성의 모습을 보며 결의를 굳혔다. 한편 중학생 타키는 혜성이 떨어진다는 뉴스를 보고 있었고, 그에게 이 광경은 매우 아름답기만 한 것이었다.

 사야카의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의 방재 무선에서는 갑자기 벌컥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남성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주민 센터 방송 담당의 남성의 목소리로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해달라는 내용의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츠하는 이를 저지하기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미츠하는 호수가 갑자기 반짝거리는 광경을 보았고, 어느새 혜성이 두 갈래로 갈라졌음을 확인했다. 주민 센터로 달리던 미츠하는 타키의 이름을 계속해서 떠올리려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달리던 미츠하는 아스팔트가 움푹 꺼진 곳에서 끼어 넘어지고 말았고, 이내 의식이 끊기고 말았다.

 타키의 목소리가 미츠하의 귓전에 울리기 시작했고, 쓰러진 미츠하는 서로를 잊지 말자며 서로에게 이름을 써주던 광경을 떠올렸다. 뭔가가 쓰여있던 손바닥에는 '좋아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그리운 필체를 본 미츠하는 다시금 힘을 냈다.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미츠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와 사랑하고 있으므로, 그리고 그와 반드시 꼭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3년 후의 타키는 운석 낙하로 인해 신사를 중심으로 1km 직경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생기고 인접한 호수에 물이 흘러들어와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겨버리는 이토모리 정의 최후를 떠올렸다. 이토모리 호수를 지켜보던 타키의 오른손 손바닥에 쓰다만 글씨처럼 보이는 선이 있었다. 타키는 그것이 뭔지,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 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8) 너의 이름은.

 

 5년 후, 타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버릇이 생겼는데, 그것은 전철에 어떤 여성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도, 타키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인이 된 타키는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보았다. 매번 똑같이 실패하던 타키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던 학창시절 중,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 가장 즐거웠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타키는 갑작스런 미키의 호출에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미키는 5년 전, 타키와 함께 이토모리에 갔던 일을 언급했고, 왠지 모르게 자신들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키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혜성이 떨어지던 날, 혜성의 파편이 이토모리를 파괴했다. 매우 보기 드문 자연 재해의 발생에도, 그날 이토모리 사람들은 대피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거의 무사했다는 우연스러운 일이 있었다. 항간에서는 이토모리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돌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타키는 이토모리의 풍경을 그리고 싶다는 묘한 충동에 휩싸여 풍경화를 몇 장이고 그렸었다.

 타키는 미키와 밥을 먹고 난 후 그녀를 배웅해준 뒤, 문득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타키는 무언가를 떠올리기에 조금 더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 이후 타키의 구직활동은 계절이 바뀌도록 계속 이어졌다. 타키는 왠지 모르게 결혼 박람회에 가고 싶어졌다.

 타키는 폐관 직전에 공립 도서관에 들렀고, 이토모리 마을과 관련한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것은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타키의 마음을 구슬프게 만들었다.

 타키는 예전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무언가를 정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대체 누군이지를 알지 못했다. 타키는 생각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또 조금만 더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타키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장을 입고 실매듭을 묶고 통근열차에 올라탔다. 반면 미츠하는 전철 문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았다. 미츠하 역시도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 둘은 예고도 없이 서로와 마주쳤다. 둘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둘은 서로를 만난 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미츠하는 정차한 전철에서 내려 타키를 찾기위해 뛰어다녔다. 언덕길을 달려 내려간 뒤 좁을 골목길을 지나 계단에서 내려다보니 타키의 모습이 보였다. 타키는 계단 위에 있는 미츠하의 모습을 보고는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천천히 올라갔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갔고, 온몸에서 통증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타키는 미츠하의 머리가 오렌지색 실매듭으로 묶여있는 것을 깨닫고는 온몸을 희미하게 떨었다. 미츠하는 드디어 만났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도 두 사람은 '너의 이름은.'이라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 작중의 내용은 타키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몸이 서로 뒤바뀌는 부분 때문에 일부 미츠하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도 합니다.

 - 작중의 등장인물 미야미즈 토시키의 직위 또는 직책인 '이장'과 관련하여, 작중의 번역은 우리나라 행정구역의 단위인 '리(里)'의 이장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일본의 행정구역인 '정(町)'의 정장과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대한민국의 행정단위인 '광역시도-시군구-동읍면-리'의 관점에서 볼 때, '리(里)'에는 별도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 및 설치되지 않으며, '이장(里長)'이란 단순히 마을 내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별도로 지정 또는 선출되어 주민의 공동사무를 대신하거나 그들을 대표하는 '촌장'의 의미에 가깝습니다(;중국). 반면, 일본의 행정단위인 '도도부현-시구정촌'의 관점에서 볼 때, '쵸(ちょう)' 또는 '마치(まち)'라 불리는 '정(町)'에는 국가의 지방자치제도에 의거하여 공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 및 설치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이장은 행정기관 또는 공무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일본의 정장은 행정기관 또는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정(町)의 속성에 대해 요약하자면, 지위적인 측면은 우리나라의 군 또는 자치구에 가까우나, 규모적인 측면에서는 읍 또는 면 정도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작중의 배경이 되는 이토모리 정의 규모가 대한민국의 '리(里)'에 상당했기 때문에,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장'이라는 명칭으로 번역이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너의 이름은.
국내도서
저자 :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 / 박미정역
출판 : 대원씨아이 2016.12.30
상세보기

 

  1. 이토모리 정(町). 인구 1500명 남짓한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곡식·액체·가루 등의 분량을 재는 단위의 하나 또는 그릇을 말한다. [본문으로]
  3. 일본어 1인칭 표현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표현이 다름. 남성은 와타시(私; わたし), 보쿠(僕; ぼく), 오레(俺; おれ)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와타시(私; わたし)만을 사용한다. 와타시(私; わたし)는 높임말이기도 하며, 보쿠(僕; ぼく)는 성인 남성의 낮춤말로, 오레(俺; おれ)는 미성년 남성의 낮춤말로서 친근한 이와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타키는 평소에 보쿠(僕; ぼく)나 오레(俺; おれ)를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에, 평소 와타시(私; わたし)를 쓰는 여성인 미츠하의 말에 츠카사와 신타가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참고로 번역서인 작중에서는 '나'라는 글자를 굵은 글씨(볼드체)로 표기하고 이를 설명하는 각주가 달려있다. [본문으로]
  4. 神體. 신령이 머무르는 곳. 신을 봉양하기 위한 신당 또는 사당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본문으로]
  5. 술. 일본어로 사케, さけ(酒)는 술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6. 이 시점에서 타키는 이 말을 히토하가 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저 누군가가 했었던 말이라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본문으로]
  7. 널따랗고 평평한 큰 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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