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속 심층분석 / 2기 #8. 그래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속 심층분석 / 2기 #8. 그래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2017. 7. 22. 18:39애니메이션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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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2기 8화


그래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작중 인물들간의 논증을 중심으로




 원작 소설의 9권에 해당하는 본 내용은 봉사부 내부의 갈등이 최고조로 이른 상태에서 극적으로 해결되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극적인 장면에서 인물들의 대화, 즉 언어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할 때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도구로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타인을 이해시키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중에서의 핵심 인물들은 각각의 견해를 제시하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는 모습이 많다. 똑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태양이 달라지는 만큼, 이 글에서는 작중의 인물들이 언급한 대화 내용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의견이 불일치한다는 것은 ① 의견의 차이와 ② 태도의 차이의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보통 의견의 차이는 사실관계의 여부를 확인하면 금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비행기를 타는 것이 더 쌀지, 아니면 배를 타는 것이 더 쌀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실제로 티켓 가격을 확인해보면 금방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태도의 불일치가 생긴 경우, 이는 단순히 사실만을 확인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각자의 태도를 존중하거나, 또는 설득을 통해서 상대방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실제로 태도라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태도의 불일치에 대한 예를 들면, 자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들 수가 있겠다.

 타마나와 일행과 하치만 일행은 전적으로 태도의 불일치를 겪고 있다. 하치만 일행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라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타마나와 일행은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방안보다는 책임을 회피 및 전가하여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양자간의 태도가 명확히 다른만큼, 상대방에 대한 설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하치만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털어놓음으로서 대안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어떤 개체가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하치만은 수학여행 이후로 지금껏 오로지 유키노를 위해서 행동해왔다. 물론 이것은 이후에 언급될 '진실된 것'을 가지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에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오직 달라진 유키노와 평온한 봉사부의 일상을 되돌려 놓겠다는 일념에 근거한 것이다.

 작중에서 이야기의 시초를 이루는 소재인 '봉사부'의 활동은 타인을 돕는 것, 즉 이타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특히 문화제에서의 하치만은 자신의 평판을 극도로 깎아먹으면서까지 문화제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유도한다. 극단적인 하치만의 이타적 행동만으로 갈등이 유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봉사부의 특성상 유키노의 이타적 행위-하치만과 유이를 배려하는 것-역시도 간간히 이야기 전개에 기여하고 있다. 이 점만을 고려해도 하치만과 유키노는 상당히 닮아있고 또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하치만 : 진실된 것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한다고 믿고 싶다. 또한 원한다.

 유키노 : 진실된 것이란 존재하지도 않고 제대로 알 수조차 없는 것이다.

 유이 : 진실된 것이란 말로 잘 형용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봉사부 3인방은 작중의 핵심소재인 '진실된 것'에 대해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원래 논쟁은 전쟁에 비유될 만큼 공방의 형식으로 대립을 띄게 된다. 때문에 '진실된 것'에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치만-유키노-유이 3인은 첨예하게 서로의 행동에 대해 대립을 이루게 되었다. 논쟁에서 대립되는 의견이 분명히 드러날수록 쟁점도 비교적 분명하게 되는데, 사실 작중의 봉사부 3인방의 쟁점은 명확이 드러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원작의 7권, TVA 2기 2화의 토베의 고백사건을 생각하면, 불만을 표시하고는 있지만, 그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뿐, 명확히 그 이유나 자신의 가치관 또는 생각 등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잘못 또는 오류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자신과는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주의깊게 듣고 비교한 뒤,그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주의깊게 듣고나서 오히려 자신의 잘못임이 드러난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적 자세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철저히 승리하기 위한 논쟁,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한 전쟁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하치만과 유키노는 자신의 생각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는 자세가 전술은 합리적인 자세보다 더욱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독단적인 논증은 갈등의 깊이를 더욱 깊게만 한다.


 끊임없이 갈등하던 하치만은 '자신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생각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관계성이 존재한다면, 자신은 그러한 진실된 것을 원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진실된 것'이 인간의 특성상 그러한 관계성은 존재할 수 없다는 숨은 전제와, 결국 진실된 것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는 숨은 결론을 바탕에 두고 있다.


 모호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부정확하여 적용되는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말하는데, 작중의 '진실된 것'이란 상당히 모호한 표현으로 묘사되어 더욱 그 의미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사실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작가가 그 의미를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서, 다음 권도 반드시 사서 읽게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일부는 그것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술책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접하면서 '진실된 것'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 만큼,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반발을 줄이고, 구체적인 예시의 제시를 피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논쟁에서 우위를 가지거나 또는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의는 불분명한 것을 명확하게 해주고, 애매모호함을 탈피시켜 혼란을 제거한다. 누구보다도 앞서 '진실된 것'에 대해 정의한 사람은 하치만도 유키노도 아닌 유이였다. 물론 그것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또다시 모호한 말로써 '진실된 것'을 어느 정도의 짧막한 언어로 정의했고, 또 하치만과 유키노에게 먼저 제시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이로써 유이는 진실된 것에 대해 하치만과 유키노보다 더욱 우위에 서있게 되고, 결국엔 하치만과 유키노의 이해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진실된 것'이란 아직도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은 만큼, 이 작품의 뒷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진실된 것'에 대해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을 뿐더러, 명확한 정의와 그 의미에 대해 여전히 궁금증해 할 것이다. 이는 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 본문에는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신뢰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음을 명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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